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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에 몸이 되어드리는 교회

- 롬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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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종청파교회는 2019년의 첫 번째 주일인 1월 6일, 대평동 해들마을에서 가정예배로 시작되었습니다. 개척 소식을 듣고 찾아온 두 가정과 함께한 여정이었습니다. 동그라미를 그리며 앉아 예배를 드리고, 3명의 교회학교 아이들과 어린이 예배도 드리고, 소꿉놀이하듯 소박한 애찬을 나누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 시간과 공간 속에는 두려움보다 설렘과 벅참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10번의 주일 예배를 드린 후 2019년 3월 17일, 세종시 나성로 33-6 에이스타워 408호에 예배 처소를 준비하여 세종청파교회 개척설립예배를 드렸습니다. 삼나무를 깎아 만든 네모난 연필꽂이에 우리의 마음을 담아 예배의 자리를 찾아주신 분들께 선물하였습니다.

2019

세종청파교회는 ‘교회의 절기에 삶을 비끄러매는 신앙’을 지향합니다. 매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따라 절기를 지키고 예전을 소중히 여기며 예배의 순서 하나하나를 경건하게 올려 드렸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도 절기 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며 교회학교 예배를 소홀히 하지 않고 빠짐없이 드렸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구호나 화려한 포장 없이 정성스럽게 매 주일 예배를 드리고 정성스럽게 공동 식탁을 나누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세종청파교회의 첫 해,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일구는 예배공동체”를 꿈꾸며 소란스럽지 않게 문을 두드려준 교우들의 성실한 발걸음과 다정한 마음이 모여 단단하고 탄탄하게 바닥을 다지며 뿌리를 내렸습니다.

여름의 어느 날에는 오이소박이를 담갔고, 늦가을의 어느 날에는 밭에서 무를 따다 장아찌를 담갔습니다. 11월 첫 주에 지키는 추수감사절에는 세종 곳곳에 흐드러지게 핀 노란 금계국과 갈대로 제단과 교회 곳곳을 장식하고 푸짐한 애찬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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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에이스타워 408호는 경건한 예배 공간이자 아이들의 재미난 놀이터이자 맛있는 냄새 가득한 주방이자 잠시 누울 수 있는 쉼터이자 고소한 커피향이 피어오르는 카페였습니다. 북적북적 즐거웠지만, 점점 교회학교 아이들의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져서 408호 맞은편 407호를 추가로 임대해 교육관과 친교실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예전에 따라 온전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 마음껏 뛰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뒹굴 수도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 한 번에 많은 양을 조리할 수 있는 주방과 다과 및 식사를 나눌 수 있는 식탁이 있는 공간. 작지만 알차게, 많은 꿈을 담아 407호 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2020

먼발치에서 조감도를 보듯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공사가 마무리되던 즈음, 전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으로 현장 예배가 금지되었습니다. 주일 예배는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교우들과 반갑게 나누던 ‘평화의 인사’도 화면에 대고 해야 했습니다. 교회에서도 만날 수 없고 외부에서도 여럿이 함께 만날 수 없어 삭막하고 쓸쓸한, 마치 광야와도 같은 시절이었습니다. 서로의 온기를, 서로의 곁을 그리워하다 1부, 2부, 3부로 나누어 조심스럽게 현장 예배를 재개하였을 때, 오래간만에 만나 마스크 위로 주고받는 눈인사가 너무나 애틋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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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해가 바뀌어도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지만, 일상은 계속되었습니다. 세종청파교회는 수요일 저녁 <시편>을 함께 읽고 조용한 가운데 침묵으로 기도하는 수요기도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일주일의 한가운데 늦은 저녁, 작은 예배당 안에 촛불을 밝히면 어둠은 잠시 물러갑니다. 세미한 빛 속에서 세미한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침묵기도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2

세종청파교회의 고유한 의례인 <담을 넘는 밤>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랫동안 기도하고 준비한 <담을 넘는 밤>은 출애굽기의 아홉 번째 재앙과 열 번째 재앙 사이에 자리한 유월절을 모티프로 하여 태중에 있는 아가부터 노년의 삶을 보내는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입니다. 그날의 스피커가 자신의 담을 넘어온 이야기를 들려주면 모두 경청하고 궁금한 점은 질문도 한 뒤 그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마무리하는 형식입니다. <담을 넘는 밤>을 진행하며 세종청파교회 교우의 이야기도 듣고, 외부에서 초청한 이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타인의 진정성 있는 삶의 이야기를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고 기쁨에 공감하고 슬픔에 연대하며 하나님 안에서 잇대어있는 서로를 느끼는 시간으로 채워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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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코로나 기간 중단했던 공동식탁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초대교회부터, 교회는 성찬과 더불어 애찬을 통해 주님의 몸된 교회로 세워짐을 알기에, 407호 공사 후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한 주방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달그락달그락 도구들을 움직이며 대형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여 뜨끈한 국을 끓이고 밥을 지었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불길하게 떠돌던 전염병을 딛고, 다시 성찬과 애찬으로 교회의 몸을 일으키는 회복의 신호탄인 양 감사하고 기쁜 일이었습니다.

2023

<담을 넘는 밤>의 일환으로 환경 영화 <수라> 상영회도 열었습니다. 기후 위기, 환경 파괴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기에, 교회 옆 상영관을 대관하여 영화를 관람한 후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수라갯벌은 얼마나 남아 있어요?”, “공항은 얼마나 지어졌어요?” 유려한 갯벌의 풍광과 조화로운 생태계의 모습에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해서 영화를 본 아이들의 질문에 어른들은 그저 숙연해지며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교우뿐 아닌 세종 시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도록 열린 행사였고 그 바람대로 많은 사람이 찾아와 함께 하였습니다.

2023

대림절 마지막 주일 오후에는 <세종청파감사제>가 열렸습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아가의 걸음마, 인생의 선배들이 불러주는 찬양, 설교를 귀 기울여 듣고 마음에 새긴 이들의 단막극, 캐나다로 삶의 터전을 잠시 옮기는 가족이 암송하는 시편, 신혼부부의 감미로운 목소리, 교회학교 아이들의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마그니피카트,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사의 고백들이 따스하고 유쾌하고 눈물겨웠습니다. 무엇보다, ‘말씀의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24

세종청파교회는 개척 당시 분명한 성장 목표를 ‘성도의 수’가 아닌 ‘수련목회자를 세울 수 있는 교회’로 삼았습니다. 감리교의 교리와 장정에 따르면 정해진 성도의 수가 충족될 때 ‘수련목회자’를 세울 수 있습니다. 좋은 교회란 좋은 성도뿐만 아니라 좋은 목회자를 기를 수 있는 교회라는 믿음이 세종청파교회의 중요한 정신입니다. 2024년, 세종청파교회는 첫 수련목회자를 세웠습니다.

<담을 넘는 밤> 2기의 모형으로 ‘서클’을 시작하였습니다. 제시되는 몇 가지 질문 속에서 아이도, 어른도,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배제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을 수 있어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서클이 열릴 때마다 가운데를 장식하는 센터피스에 담긴 이야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풍성해졌고, 우리 모두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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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더불어 세종청파교회의 2기를 준비하며 새로운 표어를 공표하였습니다. “말씀에 몸이 되어드리는 교회”.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출애굽하던 때 철부지 아이 같은 백성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셨던 광야의 하나님처럼, 지금까지 새가 알을 품듯 세종청파교회를 지켜주셨던 하나님 앞에 성숙한 언약 백성의 모습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해 봅니다.

2024년의 당회는 교회 밖 공간에서 열렸습니다. 형식적인 모임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1년을 살아낸 얼굴들을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손을 맞잡는 시간이었습니다. 어깨를 겯는 시간이었습니다. 진정한 예배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지금

동그랗게 둘러앉아 가정예배를 드리며 시작되었던 세종청파교회는 이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였습니다. 2025년부터 출발하는 세대별 동그라미 모임을 통하여 세종청파교회는 거룩의 동심원을 그려나가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동그란 계절을 함께 하는 우리 모두에게 하늘이 주시는 평화가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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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 나성로 33-6 에이스타워 4층 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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