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제40일, 고난주간 성토요일
- 세종청파교회
- 4월 19일
- 1분 분량
나의 길 당신의 길
나는 모릅니다.
나는 왜 당신을 밟고 가야 하는지
당신의 핏자국을 왜 오늘도 밟고 가야 하는지
당신의 체온을 한숨을 눈물을 고독을 허무를
왜 오늘도 내일도 밟고 가야 하는지
여기저기서 당신의 살점이 발에 밟힙니다.
당신의 아픔이 발바닥을 사정없이 찌르는군요.
온 몸의 피가 술술 새나갑니다.
그러자 막혔던 숨통 터지며 다시
발을 옮길 수 있군요.
난 이유 없는 이 길을 다시 가야 하는군요.
그럴 밖에 다른 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이 절망하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가신 길,
내가 누군데 안 갈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간밤 꿈에 당신이 끝난 데 다다라
그만야 숨이 막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당신이 벌떡 일어서시어
나를 밟고 갔습니다.
아픔이 온 몸에 번져 갔습니다.
그제야 난 모든 것을 알았습니다.
무엇이나 참된 것은 오직
길일 뿐이라는 것을.
_문익환

Käthe Kollwitz, Pietà (Mother with dead Son), 1937-1939.
Käthe Kollwitz Museum Köln, Köln, Germany.


Harald Haacke, Enlarged version of Käthe Kollwitz's sculpture Pietà (Mother with dead Son), 1993.
Neue Wache, Berlin, 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