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사순절 제40일, 고난주간 성토요일


나의 길 당신의 길


나는 모릅니다.

나는 왜 당신을 밟고 가야 하는지

당신의 핏자국을 왜 오늘도 밟고 가야 하는지

당신의 체온을 한숨을 눈물을 고독을 허무를

왜 오늘도 내일도 밟고 가야 하는지

여기저기서 당신의 살점이 발에 밟힙니다.

당신의 아픔이 발바닥을 사정없이 찌르는군요.

온 몸의 피가 술술 새나갑니다.

그러자 막혔던 숨통 터지며 다시

발을 옮길 수 있군요.

난 이유 없는 이 길을 다시 가야 하는군요.

그럴 밖에 다른 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이 절망하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가신 길,

내가 누군데 안 갈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간밤 꿈에 당신이 끝난 데 다다라

그만야 숨이 막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당신이 벌떡 일어서시어

나를 밟고 갔습니다.

아픔이 온 몸에 번져 갔습니다.

그제야 난 모든 것을 알았습니다.

무엇이나 참된 것은 오직

길일 뿐이라는 것을.


_문익환



Käthe Kollwitz, Pietà (Mother with dead Son), 1937-1939.

Käthe Kollwitz Museum Köln, Köln, Germany.


Harald Haacke, Enlarged version of Käthe Kollwitz's sculpture Pietà (Mother with dead Son), 1993.

Neue Wache, Berlin, Germany.

​세종특별자치시 나성로 33-6 에이스타워 4층 408호

© Copyright 저작권 보호 대상입니다.
bottom of page